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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밤의 시 (詩)

winstontower 2019. 10. 3. 09:59

 

 

    눈 오는 밤의 시 (詩)

                              -김 광균 (1914-1993)


서울의 어두운 뒷거리에서

이 밤 내 조그만 그림자 위에 눈이 내린다.


눈은 정다운 옛이야기

남몰래 호젓한 소리를 내고

좁은 길에 분말처럼 흩어져 곱게 빛나고

나타샤 같은 계집애가 우산을 쓰고

그 위를 지나간다.


눈은 추억의 날개, 때 묻은 꽃다발

고독한 도시의 이마를 적시고

공원의 동상 위에 하숙 지붕 위에

카스파처럼 서러운 등불 위에

밤새 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