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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혼(招魂)

winstontower 2020. 1. 3. 10:31

 

 

 

      초혼(招魂)

       

           - 김 소월 -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心中)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