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stontower
2019. 10. 3. 09:39

바다로 달려가는 바람처럼
-이해인-
어디에 숨어 있다가 이제야 달려오는가?
함께 있을 땐 잊고 있다가도
멀리 떠나고 나면 다시 그리워지는 바람.
처음 듣는 황홀한 음악처럼 나뭇잎을
스쳐가다 내 작은 방 유리창을
두드리는 서늘한 눈매의 바람
여름 내내 끓어오르던 내 마음을 식히며
이제 바람은 흰 옷 입고 문을 여는 내게
박하 내음 가득한 언어를 풀어내려 하네.
나의 약점까지도 이해하는 오래된 친구처럼
내 어깨를 감싸 안으며 더 넓어지라고 하네.
사소한 일들은 훌훌 털어버리고
바다로 달려가는 바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