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시
거두어들이지 않은 것
winstontower
2019. 1. 3. 09:43
거두어들이지 않은 것
- 로벼트 프로스트 (1874-1963)
담장 너머로 뭔가 익은 냄새 물씬 풍겨 와
늘 다니던 길 버리고
발길 더디게 하는 게 무언지 찾아 갔더니
과연 사과나무 한 그루 거기 서 있었다.
잎 새 몇 개만 걸친 채 사과나무는
여름의 무거운 짐 다 벗어버리고
여인의 부채처럼 가볍게 숨 쉬고 있었다.
더할 수 없는 사과 풍년이 들어
땅은 온통 떨어진 사과들로
빨간 원을 이루고 있었다.
늘 뭔가 거두어들이지 않은 채 남아 있다면
정해진 계획 밖에도 많은 것이 남아 있다면,
사과든 뭐든 잊혀 져 남겨진 게 있다면,
그래서 그 향기 마시는 게 죄 되지 않는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