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고개를 넘으며
- 헤르만 헤세-
전나무 아래서 쉬고 있노라면
지난날이 생각난다.
익은 숲의 냄새가
최초로 소년의 슬픔을 잉태했던 그날이.
바로 이곳이었다. 내가 이끼위에 누워
수줍은 소년의 열정이
가냘픈 금발 소녀의 모습을 꿈꾸었다.
환한 속에 처음 핀 장미를 꺾어 넣고.
세월은 흐르고 꿈은 늙어지고
멀어져서 다른 꿈이 왔다.
그것도 작별한 지 이미 오랜 일이다.
최초의 꿈의 주인이 누구였는지
나는 늘 괴로워했다.
그래, 누구였을까. 잊혀 지지 않는 것은 ?
다만, 그녀가 상냥하고
가냘픈 금발이라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