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시

황량한 공간

winstontower 2019. 1. 3. 08:30

 

 

    황량한 공간

                  - Robert Frost / 로버트 프로스트 (1874-1963)

 

 지나가며 바라보는 들 위로 눈이 내린다.

 밤이 내린다. 빠르게 정말 빠르게

몇 포기의 잡초와 그루터기만을 남기고

땅은 부드러운 눈으로 거의 덮였다.

 

숲은 마치 주인인 양 눈 가운데 버티고 서 있다.

짐승들은 모두 제 굴에 들어 숨을 죽인다.

허허한 내 마음은 따로 셈 될 수 없어

외로움은 어느 샌가 나를 그 안에 포함시킨다.

 

지금도 외롭긴 하지만 이 외로움이

덜어지기 전에 그것은 더욱 짙어지리라.

아무런 표정 없이, 표현한 아무것도 없이

밤의 이 눈은 백지처럼 더욱 하얘지리라.

 

별 사이의 빈 공간을 나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곳엔 인간이 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마음 속의 황량한 공간은 두렵다.

그 안에선 가까이 인간이 살고 있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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