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량한 공간
- Robert Frost / 로버트 프로스트 (1874-1963)
지나가며 바라보는 들 위로 눈이 내린다.
밤이 내린다. 빠르게 정말 빠르게
몇 포기의 잡초와 그루터기만을 남기고
땅은 부드러운 눈으로 거의 덮였다.
숲은 마치 주인인 양 눈 가운데 버티고 서 있다.
짐승들은 모두 제 굴에 들어 숨을 죽인다.
허허한 내 마음은 따로 셈 될 수 없어
외로움은 어느 샌가 나를 그 안에 포함시킨다.
지금도 외롭긴 하지만 이 외로움이
덜어지기 전에 그것은 더욱 짙어지리라.
아무런 표정 없이, 표현한 아무것도 없이
밤의 이 눈은 백지처럼 더욱 하얘지리라.
별 사이의 빈 공간을 나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곳엔 인간이 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마음 속의 황량한 공간은 두렵다.
그 안에선 가까이 인간이 살고 있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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