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시

피아노

winstontower 2019. 1. 3. 09:06

 

     

    피아노

                 - D. H. 로렌스 (1885-1930)

 

 황혼녘에 한 여인이 내게 나직이 노래를 불러주고 있다.

노래는 세월의 통로를 거슬러

나를 과거로 데리고 가서 한 아이를 보게 한다.

 

아이는 땅땅거리는 피아노 아래 앉아 노래하며 미소 짓는

어머니의 작고 가지런한 발을 누르고 있다.

 

얄밉게 숙달된 노래 솜씨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를 끌고

시간을 거슬러 가서 결국은 내 가슴을 울리고 만다.

 

바깥은 겨울이던 그 옛 일요일 밤, 아늑한 응접실에 땅땅거리는

피아노에 맞춰 찬송가 소리 가득하던 그때가 그리워.

 

그래서 이젠 노래하는 이가 커다랗고 검은 피아노를

열정적으로 두드려 한바탕 목청을 뽑아도 소용이 없다.

 

유치했던 어린 날의 마력이 나를 덮쳐 버려

내 어른다움은 추억의 홍수에 휩쓸려 내려가고

지난날이 그리워 나는 어린 아이처럼 목 놓아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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